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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잔뜩 화가 나길 원한다” 서른 살 기자의 바디프로필 프로젝트⑭

*이현준 기자의 바디프로필 프로젝트는 8월 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8월 13일부터 11월 9일까지 이현준 기자의 체형이 변화한 모습. [박해윤, 홍중식, 지호영 기자]
8월 4일 시작한 100일간의 프로젝트가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랐다. 8월 5일 첫 연재물로 나간 ‘Intro’ 편을 다시 보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무리 없이 실현 가능한’ 방법만으로 바디프로필에 도전하기로 한 초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욕심과 초조함이 정신을 지배했다. 프로젝트에 ‘올인’한 나머지 종종 본업이 무엇인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하는’ 수준도 진즉 뛰어넘었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있다.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때 그것을 먹지 않았더라면, 꾹 참고 헬스장으로 향했더라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몸을 얻지 않았을까. 부질없는 후회뿐이다.
준비할 게 많은 바디프로필
14주차 섭취 식단.
식단 조절과 운동만 한다면 그나마 낫다. 바디프로필을 위해선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꽤나 성가신(?) 과정이었지만 착착 완료했다. 가장 귀찮았던 건 근육이 더욱 돋보이게끔 하기 위한 ‘태닝’이다. 주 3회씩 꾸준히 방문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피부가 워낙 하얀 편이라 유난히 잘 타지 않았다. 보통 사람은 10~15회만 해도 구릿빛 피부를 얻을 수 있다지만 기자는 20회를 넘겨서야 겨우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총 30회를 등록했는데 아직 2회가 남았다. 바디프로필 촬영(12일) 전전날과 전날인 10일과 11일에 하면 딱 맞춰 마칠 수 있다. 

비용도 꽤 들었다. 처음엔 태닝 로션 포함 54만 원을 냈는데, 로션이 떨어져 추가 구매해야 했다. 이런저런 부대비용을 다 합치면 태닝에만 70만 원가량이 들었다. 

다음은 왁싱이다. 사진을 찍을 때 몸 곳곳에 털이 있으면 미관상 좋지 않다. 바디프로필은 노출이 많은 상태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기에 왁싱은 필수다. 촬영 업체에서도 왁싱을 하고 올 것을 당부한다. 기자의 경우 몸에 털이 많은 편은 아니라 8일 왁싱샵에 가서 필요한 부분(다리, 겨드랑이, 브라질리언)만 했다. 하고 나면 깔끔하고 쾌적하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상당히 아프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피가 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프니 영 꺼려진다면 하체 쪽 노출을 최소화해 사진을 찍길 권장한다. 왁싱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저렴하게 한 편인데도 18만 원이 들었다. 보통의 경우(기자가 한 세 부위 왁싱) 20만 원 중반 대는 된다.
허리 사이즈 34→30
14주차 운동.
의상도 갖춰야 한다. 기자는 세 개의 콘셉트로 바디프로필을 촬영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노란색 단색 배경에서 ‘청청 패션’으로 찍는다. 두 번째는 검은색 단색 배경에서 정장을 입고 진행한다. 마지막은 밝은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배경으로 속옷만(확정된 건 아님) 입고 찍는다. 따라서 콘셉트에 맞는 의상을 준비해야 했다. 디자인도 고려하고 몸에 딱 맞는 치수를 골라야 한다. 

어차피 사진 찍고 나면 다시 살이 찔 예정(?)이라 계속 입을 순 없을 듯해 고가의 옷은 피했다. 청바지는 허리둘레 30사이즈를 샀다. 프로젝트 전엔 34사이즈의 바지를 입었다. ‘살이 많이 빠지긴 빠졌구나’ 싶었다. 프로젝트 전 가장 날씬하던 시절에도 31사이즈 바지를 입었다. 청자켓, 청바지, 양복 상하의, 속옷, 양말까지 모든 의상 준비를 마쳤다. 이제 몸만 더 만들어 가면 준비는 ‘진짜’ 끝이다. 
11월 9일 측정한 체성분 분석기 결과(오른쪽 아래). 11월 3일 측정값(왼쪽 아래)과 비교하면 6일간 지표가 꽤 향상됐다. 프로젝트 직전인 7월 31일 측정값(위)과 비교하면 체중과 체지방을 10㎏ 넘게 감량했다. 체지방률도 10% 넘게 줄었다.
14주차엔 고구마 식단을 더 열량이 낮은 단호박으로 교체했고 운동도 더욱 혹독하게 했다. 그 덕분에 6일 사이에 지표가 꽤 향상됐다. 3일과 9일 체성분 분석기(인바디) 결과를 비교하면 체중과 체지방은 각각 1.5㎏, 체지방률은 1.7% 낮아졌다. 프로젝트 시작 때와 비교하면 변화가 크다. 체중은 11.5㎏, 체지방량은 10.3㎏, 체지방률은 10.2% 낮아졌다. 근육 손실도 일어나긴 했지만 이 정도면 양호하다. 매일 거울로 몸을 보다보니 평소엔 잘 몰랐지만 예전 사진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졌음을 체감했다. 간디 수준의 평화주의를 고수하던 몸이 이제 조금씩 화를 내고 있다.
점점 화를 내는 몸
14주차부터 섭취 열량을 더 줄이고자 식단의 고구마를 단호박으로 교체했다(위). 바디프로필 촬영 3일 전인 9일부터는 염분 섭취마저 최소화하기 위해 닭 가슴살 제품과 프로틴 쉐이크를 끊고 달걀 흰자로 대체했다.
목표 체지방률이던 8%에 근접했지만 욕심만큼 몸의 윤곽이 나오진 않았다. 마지막 며칠이라도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9일부터는 염분 섭취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에 먹던 닭 가슴살(가공식품)과 프로틴 쉐이크를 계란 흰자로 대체했다. 노른자도 먹으면 안 된다. 지방 함량과 열량이 높기 때문이다. 흰자만 따로 모아 종이팩에 담은 제품이 있다. 이걸 구입해 용기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찜’ 형태로 만든 후 200g씩 소포장해 하루 네 번(아침, 점심, 저녁, 운동 후) 먹는다. 예상보다 비린 맛은 덜했지만 3분의 2 정도 먹을 때쯤이면 살짝 역한 느낌이 든다. 

소금기가 없는 음식만 먹으니 식사의 만족도는 더욱 떨어졌다. 촬영일인 12일까지만 참으면 되니까 먹지, 더 오래 먹으라고 하면 도저히 못 하겠다. 먹고 싶은 음식이 너무 많다. 치킨, 치즈볼, 도넛, 크림빵, 마라탕, 닭강정….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아 그만 나열해야겠다. 
11월 7일 유리창에 비치는 모습을 촬영했다. 어느 정도 화가 느껴진다.
9일 회사에서의 마지막 몸 사진을 찍었다. 선배가 물었다. “바디프로필 또 한다? 안 한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답이 나왔다. “아니오. 절대. 향후 10년 안엔 절대 안 합니다.” 이런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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