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한 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장관

매거진 > 온라인 온리
  • 크게보기
  • 작게보기
201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푼젤’은 ‘풍등’ 날리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다. 극 중 라푼젤과 플린은 역경을 딛고 재회한다. 밤하늘을 수놓는 수만 개의 풍등을 배경으로 배를 탄 채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의 제목이 ‘I See The Light(더빙판 제목 ‘빛이 드디어 보여’)’. 단연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로 ‘풍등’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 황홀경에 매료돼 풍등을 날릴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맨다. 대만 지우펀 풍등 거리에서 소원을 적은 풍등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내기도 하고, ‘라푼젤’ 영화 장면의 모티프가 됐다는 폴란드의 포즈난 풍등 축제를 보고자 먼 곳까지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아는 사람들은 안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걸. 매년 봄, 대구에서 대규모 풍등 날리기 행사를 열기 때문이다. (사)대구불교총연합회에서 주최하고 형형색색 달구벌관등놀이축제준비위원회가 주관하는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 매년 부처님 오신 날 즈음해 열리는 이 행사는 일명 ‘라푼젤 실사판’이라고 불리며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다. 예매 전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암표가 10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릴 정도로 표 구하기가 어렵지만 말이다.

관등놀이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조선시대,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전통문화축제다. 초파일 관등놀이 마당과 체험 프로그램, 민속놀이, 문화공연 등의 콘텐츠로 구성된 축제의 백미는 소원 풍등 날리기. ‘피켓팅(피의 티켓팅)’에 성공한 기자가 5월 19일 오후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소원 풍등 날리기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일몰, 그리고 빛을 발하며 날아오르는 풍등을 보면 몇 시간씩 바람을 맞아가며 기다린 피로감이 한 방에 씻기는 느낌이 든다. 마치 ‘라푼젤’의 주제가 더빙판 가사처럼. 빛이 드디어 보인다, 마치 안개가 걷힌 듯.
| 글·사진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TOP 10